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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W/직관의 나날

[2011년 4월 10일 부산 VS 서울] 봄날, 벚꽃 그리고 축구?!!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4. 13.



5R 서울과 부산의 경기는 일요일 오후 3시 부산이었다.
집이 창원인 나와 집이 부산인 냐냥은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가 없었다.
게다가 4월초라면 남쪽 지방에는 벚꽃이 만개하는 시기가 아닌가.

우리는 각자 집에서 토요일을 보내고,
일요일 오전에 만나 바다를 보고 경기장으로 향하는 일정을 짰다.
그렇지만 항상 인생이 계획대로 되지는 않는 법.
금요일 저녁 일폭탄을 맞은 냐냥은 토요일에 내려오지 못했고,
일요일 아침에 내려와서 축구만 보고 다시 올라가야 했다.
ㅡㅡ;

나는 혼자라도 계획을 실천하기로 했다.
바다를 본지 너무 오래되었기 때문에.
토요일을 하루종일 흐드러진 벚꽃 속에서 보낸 나는,
- 창원시 안에 살면 굳이 진해구까지 벚꽃을 보러가지 않아도 된다.
아파트 단지만 해도 벚꽃이 천지니까.
일요일은 바다를 보기 위해 부산으로 향했다.

해운대나 광안리는 이미 수차례 가보았기 때문에
홍콩처럼 빌딩과 바다가 어우러진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래서 향한 곳이 센텀시티.
그런데 센텀시티역에서 내린 나는 순간 당황스러워졌다.
센텀시티는 도심 한가운데 있었다. 
바다는 깨알만큼도 보이지 않았고, 마치 강남 테헤란로 한가운데 서있는 느낌?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되었지만, 
일단 지도를 보고 바다쪽이라고 생각되는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비록 4월초였지만 남쪽 항구도시의 오후 1시 반 태양은 정말 뜨거웠다.
면티셔츠에 가죽재킷 하나 입었을 뿐인데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하지만 걸어도 걸어도 빌딩과 도로, 자동차들만 보일 뿐이고, 바다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 것은 잠깐씩 나타나는 아름다운 꽃과 나무들,
곱더라.

 

 

 

그래도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20분 정도 걸으니 바다 비슷한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리와 도로 옆으로 보이는 한강보다 좁은 바다(?).  
짭쪼름한 냄새와 갈매기 한 마리만이 바다임을 입증하고 있었던 바다(?).
좀더 가보면 뭔가 달라질까 했지만,
이미 경기 시간이 임박하고 있었기에 부지런히 지하철역을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나는 부산지하철로 2정거장을 걸었고,

내가 사진으로 봤던 그 곳은 센텀시티가 아니라
마.린.시.티. 였던 것이었다.
ㅡㅡ;;;
 



수영역에서 환승하려는데 유니폼을 차려입은 혼혈 아이들이 보였다.
너무 귀여워서 아버지에게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찍었다. >.<
큰 아이는 부산 유니폼, 작은 아이는 리버풀 유니폼을 입은 것이 아버지가 영국사람인 듯 했다.
영국사람들의 축구사랑은 외국에서도 끝나지를 않는구나.




종합운동장역에 내려서 조금 걷자,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이 보였다.
떠오르는 태양을 형상화했다는 경기장의 외관은 멋있었지만,
아시안게임 때 지어졌기 때문에 55,982석으로 너무 컸고,
육상트랙까지 있어서 축구경기장으로는 별로였다. 
하지만 홈팬들을 위해서는 트랙 위에 가변스탠드를 설치해서
전용구장 못지않게 가까이서 경기를 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었다.
내가 부산에 산다면 임상협 선수를 보기 위해서
매 경기마다 꼭꼭 찾아오고 싶은 좌석배치였다.


 

 

냐냥과 경기장에서 만난 나는 서포터즈석으로 찾아갔다.
트랙을 사이에 둔 경기를 보기 쉽지 않은 귀퉁이 좌석이었지만,
서포팅만은 P.O.P를 압도하는 수호신들이었다.
전반 36분 고요한 선수의 골로 1:0으로 앞서 나가며,
부산홈 무승의 징크스를 깰 것만 같았다.
하지만 신나게 썹팅하던 후반 32분,
부산 양동현 선수의 동점골이 들어가면서
6년 만의 승리의 꿈은 안드로메다로~
부산이 수비적으로 경기를 해서 많은 기회들을 살리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3월의 경기력에 비하면 점점 나아지고 있는 듯 하다.



처음 원정길에 따라나선 냐냥은 홈구장보다 훨씬 재밌다고
벌써부터 다음 원정을 기대하고 있다.
다음 원정은 광주인데 전날 내려가서
근처의 보성 녹차밭과 율포해수욕장을 갈 예정이다.
이미 펜션 예약도 다 해놨다.

몇 번의 원정에서 느낀 건데,
이왕 지방으로 가는 거 경기장만 달랑 들릴 게 아니라
근처의 맛집에서 밥도 먹고,
유명 관광지에 잠깐 들리는 건 어떨까.
이번처럼 부산 원정이면 휴게소에서 몇 십 분씩 쉬어 가는 대신,
해운대나 광안리에서 30분 정도 시간을 보내도 괜찮았을 텐데......
'축구'라는 재미를 추구하는 프로스포츠에 '여행'까지 더하면
연인이나 가족 단위의 원정 썹팅도 더 활성화되지 않을까 싶다.
이런 마케팅이면 원정도 더 많이 가지 않을까?
원정갈 때마다 멀리까지 가는데 그런 것들을 못 누리는 게 아쉽더란 말이지.
유명한 곳에 잠깐씩 들려서 축구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즐거움을 더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아무튼 다음 원정길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