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리버풀 유니폼 런칭쇼에 참여했을 때만 해도
나는 리버풀의 팬임을 자처했지만 리버풀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냥 제라드는 멋있다, 제라드는 잘한다 정도?
잠시 쉬는 동안,
팬 모델로 뽑혀서 온 다른 분께 리버풀을 왜 좋아하냐고 물었다.
그는 망설임없이 "이스탄불의 기적" 이후 팬이 되었다고 말했다.
정말 굉장한 경기였었다고......
"이스탄불의 기적"
2005년 5월 26일 터키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스타디움,
UEFA 챔피언스 리그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경기가 벌어지는 기적의 시간, 그리고 공간이 된다.
2004-05 UEFA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맞붙게 된 리버풀과 AC밀란.
완벽한 스쿼드라고 평가받던 밀란이었기에 대부분이 밀란의 승리를 예상한다.
리버풀은 전반 1분만에 파올로 말디니에게 선제골을 내어준 뒤,
전반 39분과 44분 에르난 크레스포에게 연속골을 내어주며,
3 : 0으로 패색이 짙은 전반전을 마친다.
하프타임,
침묵에 휩싸인 리버풀의 락커룸에는 힘없이 고개를 떨군 선수들이 있다.
자괴감, 절망감만이 젖은 레즈 유니폼을 타고 흘러내려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 침묵을 깨고 울려퍼지는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의 낮지만 힘이 실린 목소리.
Don't let your heads drop.
고개를 떨구지 마라.
All the players who will get on the pitch after half time have to keep their heads held high.
하프타임이 끝나고 피치 위로 올라갈 모든 선수들은 고개를 들어야 한다.
We are Liverpool, you are playing for Liverpool.
우리는 리버풀이고, 너희는 리버풀을 위해 뛰는 것이다.
Do not forget that you have to hold your heads high for the supporters.
콥, 그들을 위해 너희들이 고개를 들어야만 한다는 것을,
You have to do it for them.
그들을 위해 해내야만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라.
You can not call yourselves Liverpool players if you have your head down.
만약 고개를 떨군다면, 너희는 자신을 리버풀 선수라고 부를 자격이 없다.
Believe you can do it and we will.
우리가 할 수 있다고 믿으면, 우리는 반드시 해낸다.
Give yourselves the chance to be heroes.
영웅이 될 기회를 잡아라.
리버풀은 다시금 당당히 고개를 들고 그라운드로 들어선다.
3 : 0 이라는 스코어에도 불구하고,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며 쉬임없이 리버풀을 외치는 콥의 함성이 들린다.
그리고 후반전 기적의 서막이 열린다.
제라드의 헤딩골, 스미체르의 중거리슛, 알론소의 패널티킥......
리버풀은 후반 8분부터 14분까지 6분 동안 3골을 쏟아붓는다.
3 : 3으로 동점이 된 스코어는 두 팀을 연장전까지 데려가고,
리버풀 골키퍼 두덱의 신들린 선방으로
승패는 11미터의 러시안 룰렛, 승부차기로 정해지게 된다.
두덱은 세르징요와 피를로의 골을 차례로 막아낸다.
그리고 세브첸코의 골마저 막아낸다.
TK 3 : 2, 리버풀의 승리.
이 날의 경기는 "이스탄불의 기적" 으로 불리며,
진정한 스포츠란 종료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는 것이란 걸 증명한다.
그리고 진정한 리버풀의 정신이 무엇인지를 증명한다.
리그 19위, 강등권...
리버풀이 폭풍 속에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역사에서 보았듯이
스쿼드가 바뀐다고, 구단주가 바뀐다고, 감독이 바뀐다고
팀의 정신까지 사라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3 : 0으로 지고있는 팀에게 무한한 믿음과 지지를 보냈던 그 날의 콥처럼,
나는 두려움없이 폭풍 속을 리버풀과 함께 걷는다.
이 폭풍의 끝에는 금빛 하늘과 달콤한 종달새의 은빛 노래가 기다리고 있으리.
이스탄불의 기적이여, 다시 한 번!!!
"Form is temporary, class is permanent.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
- 빌 생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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