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전 40승 21무 12패.
현재까지 한일전 역대 전적입니다.
라이벌, 라이벌 하는데
이것은 역사적인 배경 때문인 것이지,
이런 전적은 '라이벌'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압도적인 우세'라고 하는 거죠.
객관적인 데이터가 말해주듯이,
어느 기자 분이 이번 아시안컵 4강은
"결승으로 가기 위한 추억 중 하나일 뿐이다" 라고 했더군요.
ㅋㅋㅋ
그래도 한일전은 한일전이죠.
선수든 국민들이든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온몸의 피가 끓는 필승의 의지를 다지게 만듭니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이렇게 치열한 한일전을 만들어 준
계기가 된 사건이 두 가지 있습니다.
바로 '도하의 기적'과 '도쿄대첩' 입니다.
'도하의 기적'은
1994년 미국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
일본과 이라크의 경기 결과에 따라
본선진출국이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바뀐 사건을 일컫습니다.
1993년 10월 28일,
우리나라는 마지막 예선전에서 북한을 3:0으로 이기고,
일본과 이라크전을 지켜보게 됩니다.
우리나라는 일본에 승점 1점이 뒤져있었고,
이 경기의 결과에 따라서 월드컵 진출국 결정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절망적이게도 일본이 2:1로 앞선 상황에서
후반 추가시간 3분도 거의 끝나가고 있었고,
일본의 진출이 거의 확정적인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종료 30초 전,
코너킥 상황에서 이라크의 자파르 옴란 살만의 헤딩이 골로 연결되었고
결과는 2:2, 무승부.
이 경기로 우리나라와 일본은 승점이 같아졌지만,
골득실에서 우리나라 +5, 일본 +3으로
일본이 탈락하고 우리나라가 월드컵에 극적으로 진출하게 됩니다.
먼저 경기를 끝내고 기다리고 있었던 우리나라 응원단은 환호하기 시작하였고,
영문을 모른 채 관중석을 바라보던 선수들도 소식을 듣자 환호하며 얼싸안았습니다.
당시 생중계를 하고 있던 MBC의 송재익 캐스터와 신문선 해설위원은
"후지산이 무너지고 있습니다."라는 유명한 멘트를 남겼습니다.
반대로 다 잡은 본선 진출권을 놓쳐버린 일본 선수들은
자리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고 일본 응원단도 통곡했으며,
경기를 중계하던 NHK 캐스터는 한참을 침묵하다가
겨우 "일본, 유감입니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일본과 이라크의 경기가 열렸던 곳이 바로,
오늘 한일전이 열리는 카타르 도하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도하의 기적',
일본은 '도하의 비극'이라고 한다죠.
'도쿄대첩'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B조 3차전,
우리나라가 홈팀이었던 일본에 2:1로 역전승한 경기를 말합니다.
1997년 9월 28일 도쿄 요요기 경기장은 온통 파란 물결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원정 응원을 온 약 5천 명의 붉은 악마들이 있기는 했지만,
우리나라 선수 소개부터 울트라 니폰의 야유가 터져나왔습니다.
4년 전 도하의 기적을 통해서 아픔을 맛보았던 일본은
반드시 우리나라를 꺾고 월드컵 출전권을 얻겠다는 열망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전반전부터 일본의 우세가 지속되었고,
결국 후반 20분경 야마구치의 로빙슛으로 일본이 선제골을 터뜨렸습니다.
파란물결은 경기장이 넘쳐날 듯 들썩거렸고,
우리나라는 점점 패색이 짙어졌습니다.
곧이어 일본의 가모 슈 감독은 공격수 로페스를 빼고,
수비수 아키타를 넣어 1:0으로 스코어를 굳이려는 작전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경험으로 배웠듯이
이기고 있을 때 잠그는 팀의 결과가 좋았던 경우는 거의 없었죠?
차범근 감독은 이 허점을 파고들기 위해
수비수까지 모두 공격에 가담시키는 공격 강화 전술로 응수했습니다.
이것은 경기의 흐름을 우리 쪽으로 끌어오기 시작했고,
마침내 후반 38분 서정원의 헤딩슛으로 극적인 동점골이 터지고,
곧이어 이민성의 중거리슛이 성공하면서 2:1의 역전승을 거두게 됩니다.
일본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도쿄에서 거둔 이 승리는
임진왜란의 한산도대첩에 버금가는 짜릿함을 우리 국민에게 안겨주었고,
'도쿄대첩'이라고 불리우며,
아직도 한일전 최고의 명승부로 꼽히고 있습니다.
오늘도 한일전이 있습니다.
결승전의 마지막 관문입니다.
아시안컵에서 일본이 3회 우승할 동안,
우리나라는 50년 동안 무관에 그쳤던 한을 푸는 경기입니다.
박지성 선수가 센추리 클럽에 가입하는 100번째 A매치기도 합니다.
이거저거 다 떠나서 그냥 무조건 이겼으면 하는 경기입니다.
(회사에서 3:0으로 이기는 데 걸었습니다. 시원하게 쏠 수 있게 해주세요. ㅋ)
지난 번 캡틴이 보여주었던 그 세레모니,
오늘 경기에서 꼭 다시 한 번 보고 싶네요!
이제 오늘이 지나면
한일전 역대 전적은
74전 41승 21무 12패가 되리라.
'DF > 축구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EPL에서 진행되는 REMEMBERANCE DAY (0) | 2010.10.29 |
---|---|
이스탄불의 기적 (7) | 2010.10.21 |
비틀즈와 더 콥(The Kop) (0) | 2010.09.14 |
Men's World (0) | 2010.07.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