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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W/직관의 나날

[2010년 9월 7일 이란전] 전국 16등도 좋지만, 전교 1등이 하고 싶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9. 13.


9월 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이란과의 평가전.
아침 9시에 대기하고 있다가 티켓 오픈하자마자 예매했던 1열의 위엄으로
선수들의 솜털, 땀구멍까지 보고 말겠다는 투지가 불타고 있었다.

지난 나이리지라전에서 빠졌던 이청용과 차두리가 합류하고,
아약스의 샛별 석현준을 불러들임으로써 조광래호는 다시금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나 역시 또다시 새로운 한국축구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솔직히 Ki를 더욱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1열에 앉아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조광래호는 표류하고 있었고,
Ki는 전반에 교체되었다. ㅡㅡa



기회만 있으면 그라운드에 드러눕는 이란의 침대축구와
조금만 거칠게 달려도 훌러덩 벗겨지던 잔디상태,
호루라기를 불 줄도 모르던 말레이시아 심판의 합작품으로(오랜만에 경기장에서 시원하게 욕 좀 했다. ㅡㅡ;)
근래 보기 드물었던 답답한 경기가 진행되었다.


이청용을 공격에 적극활용하겠다고 했는데 전반에 반짝했을 뿐이었고, 박주영도 보이지 않았으며,
그라운드 구석구석을 뛰어다니면서 고군분투하는 캡틴의 모습만이 안쓰러울 뿐이었다.


끊임없이 공수를 넘나드는 최효진의 바지런함도, 후반에 투입되어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은 차두리의 파워도,
한국에 대해서 미리 파악하고 준비한 이란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이번 이란전을 통해서 많은 숙제들이 생겨났다.
지난 여름방학에는 숙제를 잘 해결하고 전국에서 16등 안에도 들었는데,
이번에는 유난히 짧은 방학기간이라서 과연 정해진 시간 안에 다 풀어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
그래도 새로 오신 선생님이 명문대를 나오신 엘리트고,
(경남쪽 학교에 계셨는데 학생들이 일취월장했다는 소문이......) 
이미 하루일과표도 다 짜놓았으니
(매 경기 선수마다 A4 10매에 달한다는데......)
계속 열심히 응원해봐야지 뭐.

전국에서는 계속 순위권 안에 놀면서도
전교 등수는 50년 동안 고만고만한 게 너무 약오른다.

이번에는 꼭 전교 1등을 해서 옆반의 오일머니, 원숭이들한테도
완전 으스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비록 지는 경기에, 미흡한 내용에도 개인적인 기쁨은 있었다.
관중석에 사인볼을 주러 온 Ki를 코 앞에서 봤다는 것!!!
내가 전생에 나라는 못 구했어도 시골마을 하나는 구했나 보다. ㅡ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