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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W/직관의 나날

[2010년 10월 12일 한일전] 오랜만의 A매치

by Egoistyle 2010. 10. 13.




경술국치 100주년
그에 앞서 1895년 10월 8일 명성황후를 시해한 을미사변까지 있어
- 개인적으로 중학교 2학년이었을 때 꿈에 명성황후가 나타나 "넌 나의 현생이니라!"라고 하신 이후
을미사변 때만 되면 가슴 팍에 칼 맞은 자리가 시큰시큰 아프고 컨디션이 별로가 되어 버리는 나이기에!!!
10월 12일의 한일전은 반드시 승리했으면 하고 바라는 경기였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도 승리를 거두고 최근 3연승을 거둔 일본이었기에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었다.
일본팀은 분명 상승세였고
월드컵에서 졸린 경기를 보여주어 "제발 끝나라구!!!" 라고 소리 지르게 만들었던 그런 팀이 더이상 아니었다.

한국팀을 못 믿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한일전 바로 전날 저녁.
소를 구워 먹고 좋아진 기분으로
한일전 당일날 일찍 퇴근할 목적으로 야근하려고 사무실에 들어온 순간
미투데이 모아보는 글에 떠 있는 박지성 선수가 무릎 부상 소식.
너무 놀라서 양치질 하던 도중에 집에 가고 있던 로렐 양에게 전화해서 소식을 전하고 함께 안타까워했다.
캡틴이 출전하지 못한다니! 이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은 나의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그러나 미리부터 걱정할 건 없었다.
걱정한다고 골 잘 넣을거면 걱정귀신이라도 될 수 있다.
그게 아니니까, 우선은 급하게 처리해야할 일부터 끝냈다.
퇴근하니 1시 30분.


어쨌거나 경기장에 간다는 사실이 설레였다.
지난 이란과의 A매치 때 일정이 급박한 일을 끝내느라 로렐 양만 보냈던 것이 아쉬웠고
오랜만에 꽉찬 상암을 본다는 것도 가슴 두근거리는 일이었다.



경기 당일,
상암으로 들어와서 본 광경은 감동적이었다.

  
 
 
 


그러나 선발 스쿼드가 조금은 불만스러웠다.
'감독의 깊은 뜻을 어찌 헤아리겠어' 하다가도 한일전에서 이렇게 실험해도 되는 걸까 싶을 정도로 조마조마했다.

결국 우리는 아까운 공격 기회를 놓치면서 위기를 초래했다.
몇 번의 아슬아슬한 순간마다 정성룡과 최효진이 없었다면 어쩔 뻔 했어? 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무승부라는 결과가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사실 이 경기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경기였다.

일본의 핸드볼도 제대로 못보는 주심한테도 짜증이 났었고
경기의 흐름 상 일본이 잘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실력이 월등하게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닌데
이토록 경기 내내 일본에게 끌려다닌 느낌을 준 것도 기분이 나빴다.
- 그런데 참 이상했다. 경기 초반에 일본이 골이 잡으면 야유를 보내고 상대팀을 욕하는 소리가 경기장 안에 가득했다.
우리 팀을 열심히 응원하면 되지, 그렇게까지 과격한 애정을 보여주지 못하는 참한 성격이라 
서포터즈 석의 분위기에 적응이 되지 않았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후반 가니 일본이 골만 잡아도 소리지르고 있는 나를 발견! 분위기란 무서운 거구나. 








그래도 105번 선수도 오랜만에 실컷 보고,
상암월드컵 경기장이 6만 관객으로 꽉 찬 위엄있는 모습도 보고

친구들과 맛있는 거 잔뜩 먹고 맥주도 500cc나 마시는 즐거움이 가득했다.

- 물론 1시간 일찍 퇴근하다가 대표님한테 딱 걸려가지고
비록 웃으며 얘기하시긴 했지만
'이 정신머리 없는 것이 지금 어딜 가는거야?' 아우라가 느껴지는 "축구 보러 가냐?" 소리를 들었고

- 90분 내내 서포터즈 석에서 서서 경기를 보느라 저질 체력으로 제대로 바닥나서 골골골 거렸으며
- 본방 사수 하겠다 공언했던 '성균관스캔들'도 못 봤지만




그래도 축구보러 경기장 가는 건 즐거워. 재미있어. 좋아!!
특히 어제는 지금까지 본 축구 경기 중 가장 집중력이 좋았다.
선수들도 많이 알게 되고 룰도 익히게 되면서 경기 흐름을 읽어내는 눈이 생기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심청 아부지가 눈을 뜰 때 그런 느낌이었을까?
축구 까막눈. 축구 완전 초보에서 조금은 벗어나기 시작하는것 같아 내 자신이 기특해졌다.


이번 경기에는 할 얘기도 많은데 우선 간단히 정리하자면 이 정도?



우리는 서포터들이 올려주는 천막을 위로 막 올리면서도 뭔지 몰랐었는데
집에가서 검색해보니
이순신과 안중근이었다.
- 일본, 보고 느껴라!

우리는 안중근 왼쪽 귀밑, 회색 부분에 있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