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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W/직관의 나날

[2010년 12월 5일 FC서울 vs 제주유나이티드] 2010 K리그 챔피언은 서울!

by Egoistyle 2010. 12. 5.



지난 12월 1일 홋카이도로 여행을 떠나있었던 나는
냐냥의 해외문자중계로나마 1차전의 감격을 함께 할 수 있었다.
김치우 선수의 극적인 추가시간 동점골 소식을 듣고는
난 이미 서울의 우승을 예감했더랬다.


그리고 드디어 결전의 날,
서두른다고 서둘렀지만 10분 전 아슬아슬하게 경기장에 도착한 우리는
축구장을 둘러싼 인파에 깜놀!!!
현장판매 뿐만 아니라 기계로 찾을 수 있는 예매 쪽에도
길게 늘어선 줄 때문에 경기가 시작되는 소리가 들리는 데도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더이상 기다릴 수 없었던 우리는 예매종이만 가지고 입장시켜 달라고 하려는데
사태의 심각성을 안 구단측에서 먼저 예매번호만 가지고도 입장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허겁지겁 경기장으로 들어선 순간,
꽉찬 관중석, 양팀 서포터즈의 커다란 함성과 열띈 분위기로 내 심장도 함께 뛰기 시작했다.






FC서울의 치킨존을 체험해보고 싶었던 우리는
티켓을 오픈하자마자 예매했었던 치킨존으로 갔다.
(사실 선착순 500명까지 빕스 스테이크 쿠폰을 준다는 것에 혹해서 ㅋ)
우리의 자리에는 음료수와 매치데이 매거진, 응원도구, 물티슈까지 배치되어 있었고,
치킨은 전반 중간쯤 따끈따끈한 상태로 배달되었다.
다양한 서비스로 기분이 좋아지는, 한 번쯤은 이용해 볼만한 좌석이었다.




예매권을 찾느라 조금 늦어서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서울의 서포터즈는 유니폼의 색깔과 무늬를 표현한 카드섹션을 N석과 E석에서 펼쳤단다.
그리고 힘찬 사자후와 노래가 이어졌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수호신의 응원은 놀랍고 멋있고 압도적이다.




하지만 더 놀라웠던 것은 제주에서 서울까지 원정온 제주 서포터즈.
수호신에 비해서 훨씬 적은 숫자였지만,
그래도 원정응원석을 거의 메웠으며 서울보다 더 큰 목소리로 제주를 응원했다. 





이렇게 양팀 서포터즈로 경기장의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고,
엘 클라시코 못지않은 열기는 선수들에게도 전해졌다.
심판의 판정 실수로 인한 경기중단, 선수들간의 마찰, 부상......
치열한 결승전의 명암을 모두 보여주는 경기였다.   





그런데 경기 시작부터 Ki군 다음으로 애정하는 Koo군이 안보여서 경기장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더랬다.
이렇게 중요한 경기에 Koo군이 안 나올리가 없는데......
겨우 후반전에야 경기장 구석에서 몸을 푸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정확히는 몸을 푸는 것이 아니라 마사지를 받고 있었다.
어쩐지 안 보인다 했더니 부상이었구나.
2:1로 제주가 지고 있었기 때문에 투입하지 않을 수 없었겠지만 다리를 살짝 저는 것 같았다.





Koo군이 경기에 투입된 이후로는 기쁨과 탄식이 묘하게 교차했다.
FC서울의 심정적인 팬이기 때문에 그 승리를 바라지만,
개인적으로 애정하는 Koo군이 잘하기를 바라기도 했다.

마치 소금장수 아들과 짚신장수 아들을 둔 어머니 같았다고나 할까.

게다가 삿포로 유니클로에서 산 집업을 안에 입고 왔었는데
무심히 제주의 서포터즈를 쳐다보다가 문득 내가 입고 온 옷이
주.황.색.인 것을 깨달았다.
제주 서포터즈의 상징과도 같은 감귤색, 진한 형광 주황색 말이다.
이런 서울 홈 개막전 티아라 같으니라구!!!
아마도 Koo군을 향한 애정의 무의식의 발현이었나 보다.





다리를 절룩거리면서도 쉼없이 그라운드를 누비는
구자철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이미 경기는 기울대로 기울어 있었다.
3분의 추가시간도 거의 다 지나가고, 심판의 휘슬이 울렸다.
FC서울이 '서울'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챔피언에 오르는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제주의 돌풍도 만만치 않았다.
무링요 감독 저리 가란 포쓰의 박경훈 감독으로 제주는 새롭게 태어났고,
그냥 준우승이나 2위라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운 한 시즌을 일구어 내었다.





그리고 나와 냐냥의 이번 시즌도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제 주말이면 섭섭해서 어떡하지?
경기장에서 축구보고 싶으면 어떡해야 할까?
유럽을 가는 방법 밖에는 없나?
냐냥네 근처 초등학교 운동장에 가서 직접 뛸까?
ㅠ_ㅠ

아무튼 지난 한 해 동안 우리에게 즐거움을 준
K리그야, 사랑해!!!
내년에 다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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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에서 찍은 우승 세레모니 동영상입니다. 방송에 이부분까지 나오진 않았을테니 궁금하신 분들은 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