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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K/축구잇수다

나, 이제 축구공 가진 여자

by Egoistyle 2010. 11. 26.








축구, 보는 것도 재미있지만 한번 즈음 나도 뻥! 하고 공을 차보고 싶다는 생각이 스물스물 밀고 올라왔어.
발 쓰는 구기종목은 해 본 적 없지만 기본적으로 배구, 농구, 피구 이런 손 쓰는 구기종목은 나 완전 잘 하거든.
왠지 축구에도 숨겨진 재능이 있지 않을까 하는, 즐거운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되더라구.

그래서 장난삼아 친구 녀석에게 축구공을 사달라고
"우리 우정이 축구공으로 돈독해질 수 있어!"라고 말했는데
"그 축구공 때문에 우정에 금이 가려고 해."라는 답을 듣고 의기소침해졌지.
그깟 축구공. 내 돈 주고 살 수 있지. 기본적으로 '가난한 집 첫째 딸' 모드의 삶을 살지만 그 정도 재력은 가졌다구.
그러나 왠지 내 돈을 주고 사면 그 축구공은 집 모퉁이와 모퉁이 사이를 왔다갔다하며 먼지만 쌓일 것 같았단말야.
누군가 내게 축구공을 준다면 집 앞 운동장 공터에서 마구 차줘야 한다는 의무감이 들 것 같았다구.




그렇게 축구공의 꿈은 좌절되나 싶었지.







그런데 우리 회사엔 참 좋은 제도가 있어.
일명 마니또인데
어제가 마니또 발표날.

모두들 마니또에게 줄 선물을 준비해서 회사에 모였어. - 축구는 3 : 1로 이란에게 지고 있었어..ㅜ.ㅜ




외근가 있던 나도 그 시간에 맞춰 부랴부랴 선물을 사들고 회의실로 달려들어갔지.
많은 선물들이 이렇게 쌓여있는데


그 무더기 중에 축구공이 보이는 거야. 대박!!!
이거 <내 꺼>다 싶었지. 다른 사람 거라고 해도 빼앗고 말겠어!! 하는 못된 생각까지 했어.





마니또가 공개되고 내 마니또는 고풍실장님이었던 거야..>.<
그간 받은 선물들도 센스 넘쳤는데 마지막까지 큰 감동 안겨주신 고실장님!!
힐 신었지만 바로 공을 꺼내들어 회의실에서 드리블!
가만히 있는 공을 발등으로 올려 차는 동작까지 할 수 있었어.
축구공은 나 같은 초보도 그게 되게끔 만들어진 거란 걸 알았어.
배구공 가지고 할 때 절대 안 되는 거였는데..


5분도 안 되었는데 땀 나고 운동량이 제법 된다는 게 느껴지더군.

초등학교 공터에 리버풀 레플을 아래 위로, 스타킹까지 갖춰 신고 - 이건 로렐 양이 협찬해주기로
혼.자.서 노란공 차고 있는 여자 발견되면 그건 나야!


 축구공을 이용한 비겁한 인증샷.



나, 어제 축구공을 가지게 되어서 너무 기뻤어.
올해 받은 그 어떤 선물보다도 내 마음을 이토록 충족시켜준 선물은 없었던 것 같아.



실장님 감사합니다 (--)(__)(--)(__)
결초보은할게요.
나 전생에 은혜 갚은 까치였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