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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W/직관의 나날

[2011년 4월 30일 서울 VS 제주] 한국판 달글리쉬 효과여, 영원하라!!!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5. 2.



지난 주말 비가 참 많이도 내렸다.

그러나 한여름 장대비처럼 주륵주륵 내리는 비도
K리그를 찾는 사람들의 열정을 막지는 못했다.

나도 잠깐은 망설였더랬다.
우산이 뚫어질 정도로 퍼붓는 비를 보면서
서포팅석에서 응원했다가는 온몸에 비멍(?)이 들 것만 같았다.
그래도 이런 날 경기장에서 응원해야 선수들이 더 힘을 내지 않겠는가.
게다가 최용수 감독대행의 첫경기였다.




역시나 비가 와서 그런지 관객수는 적었다.
하지만 빗속에서 우산도 쓰지 않은 채 맨발로 열썹하는 팬들을 보며
내 가슴도 함께 뜨거워졌다.
오늘은 뭔가 일을 낼 것만 같았다.
- 그런데 나중에 소모임 친구들에게서 들었는데
비가 오는데도 이렇게 많이 와서 놀랐다고 한다.
아직 서울에 대한 팬들의 애정이 식지 않았다는,
또한 최용수 감독대행에 거는 기대가 컸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전반 경기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전반 36분 제주에게 첫골을 내어주고,
다시 고질적인 패배의 그림자가 엄습해오는 듯 했다.

그 순간 전광판에 비춰지는 최용수 감독을 보았다.
이내 패배에 대한 의심은 승리에 대한 확신으로 바뀌었다.
수트를 입은 최용수 감독대행은
그 장대비 속에서도 우산도 쓰지 않고 우의도 입지 않은 채
열심히 전술을 지시하며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었다.
가슴이 뭉클해질 정도로 멋진 모습이었다.


이런 최용수 감독대행의 믿음에 보답이라도 하듯
박용호의 동점골과 고명진의 역전골이 이어졌고,
서울다운 경기력으로 서울다운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오랜만에 상암구장에 '서울의 찬가'가 울려퍼졌다.

폭우 속에서 젖은 온몸은 물먹은 스폰지처럼 무거웠지만,
마음만은 한낮 햇살 속에서 보송보송하게 말린 홑이불처럼 가벼웠다.



어제 뉴캐슬을 3:0으로 바른 리버풀은 리그 5위로 올라섰다.
경기를 보는 내내 "그래, 저게 바로 리버풀이지!"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리그 초반 흔들리던 리버풀부터 중반 19위까지 떨어졌을 때의 리버풀,
그리고 지금까지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리버풀의 새내기 팬으로서 참 답답하고 서글픈 시간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시간들을 웃으면서 추억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리버풀의 레전드,
'케니 달글리쉬'가 있었다.

리버풀의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도,
좋은 선수들을 영입한 것도,
어린 선수들을 발굴해서 성장시킨 것도
모두 달글리쉬가 한 것이다.

비록 아직 한 경기를 치뤘을 뿐이지만,
최용수 감독대행에게서 달글리쉬의 향기가 난다.
그에게는 다음 경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다.

한국판 달글리쉬 효과가 끊임없이 지속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