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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K/축구잇수다

아시안컵의 성과 - 축구를 즐기는 마음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1. 31.



아시안컵이 끝났다.

공식적인 우리 대표팀의 순위는 대회 3위.

51년 만의 왕의 귀환을 바랐지만,
라이벌 일본에게 4강에서 패했고,
그 일본이 1위를 차지했다.


이기지 못하면 현해탄에 몸을 던지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임했던 스위스 월드컵 예선전부터
한일전은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경기였고,

그 결과에 따라 수많은 비난을 받기도 했던 경기였다.

하지만 놀랍게도
공항에 도착한 우리 대표팀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환대를 받았다.


비록 우승을 하지는 못했지만,
새롭고 재미있는 축구를 보여주었고,
우리를 더 설레고
 기대하기 만들었기 때문이리라.



객관적으로 본다면 이번 아시안컵은 결점이 많았다.

일본전에서 사상 초유의 승부차기 0골을 기록했으며,

수비수 실수로 인한 패널티킥을 너무 많이 내어주었고,
1골이 모자랐던 인도전 때문에
이란과 일본이라는 어려운 길로 갈 수밖에 없었고,
결과적으로 결승전에 진출하지 못한 걸림돌이 되었다.


하지만 축구를 보는 우리들의 눈과 마음이 달라져 있었다.

패널티킥을 내준 곽태휘 선수
의 실수보다
그의 불운(한쪽 눈 실명, 부상으로 인한 2010 월드컵 불참 등)과

그것을 딛고 일어선 선수의 의지를 얘기하며 두둔했다.
일본을 상대로 무력한 모습을 보였던 사우디와는 달리
희망이 없는 경기에서도 성실하고 깨끗한 플레이로 경기에 임했던
상대팀 인도선수들에게서는 감동도 받았다.
일본전에서 승부차기로 패한 것에 대해서는
어린 선수들을 내세운 조광래에 이래저래 말들이 많았지만,
다른 도리가 없는 최선의 조합이었음을 이내 이해하고
실축했던 선수들에게 격려를 보내주었다.
이충성 선수가 결승전 결승골을 넣은 것에 대해서는
우리의 못남과 부족함을 쿨하게 인정하고,
그를 이해하며 칭찬할 수 있는 분위기도 생겼다.

축구를 하는 선수들의 문화가 변화하듯
축구를 보는 우리 문화도 변화하고 있다.
어린 선수들이 주축이 되었던 우리 대표팀은
이전과는 다르게 즐기는 축구를 보여주었고,
우리나라 축구팬(국민) 역시
즐기는 축구에 눈을 뜬 것 같은 느낌이다.

즐겁게 축구를 하고
축구를 본다는 것,
한 사람의 축구팬으로서
정말 뿌듯하고 신나는 일이다. 



이번 아시안컵의 최고 성과로
K리거, 젊은 선수들의 활약을 손꼽는다.
한국 축구의 희망과 미래를 보았다고들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축구를 즐기는 마음'을 가장 먼저 이야기하고 싶다.
한국 축구의 또다른 희망을 보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