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축구장이라는 곳을 찾았을 때 무엇보다 마음을 설레게 했던 것은
눈 닿는 가까지 끝없이 펼쳐진 새파란 잔디였다.
아무도 없는 경기장의 푸른 잔디를 맨발로 달리며,
혼자 드리블을 하는 기분은 어떨까하고 상상해본 적이 있다.
가슬가슬하면서도 보드라운 잔디가 발가락 사이로 들어오고,
적당히 물기를 머금은 흙이 발바닥에 닿는 그 느낌은......
아직까지는 상상만 해볼 뿐이다.
하지만, 요즘 우리나라 축구경기장의 잔디상태는 나의 로망을 무참히 부숴버리고 있다.
8월 25일 포스코 컵대회 결승전을 방송으로 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서울과 전북의 게임 내용은 흥미진진했지만,
잔디는 군데군데 벗겨지고, 흙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 민망할 정도였다.
컵대회 결승전일 뿐만 아니라 월드컵까지 치뤘다는 경기장의 잔디가 어찌 그 모양인지!!!
우리동네 조기축구회 아저씨들도 그런 곳에서는 경기하지 않는다.
9월 1일 K리그 성남과 수원의 경기가 펼쳐진 탄천종합운동장은 더 심각했다.
비까지 내려서 그냥 논두렁에 모심어 놓은 것 같은 풍경이었다.
그리고 어제는 이곳에서 성남과 수원의 AFC 챔피언스 리그 8강전이 치뤄졌다.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잔디가 엉망이었던 이 경기는
설상가상으로 스타 TV를 통해 아시아 전역에 생중계됐다.
8강에 K리그팀이 4팀이나 진출한 자긍심이 수치심으로 변해버리는 순간이었다.
안 그래도 어제 포항과 전북이 모두 져서 속상한데 이런 망신까지!!!
월드컵 7회 연속 본선진출, 16강 진출...이런 거 하면 뭐하나?
기본이 안되어 있는데!
웹툰 [축구장 잔디에 대해 알아보자]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어쩔 수 없는 속사정이 있다는 것은 안다.
잔디전문가가 없는 시설공단에서 경기장을 관리하는 것도,
올여름 무더위와 폭우에 잔디들이 버텨낼 수 없었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강릉종합경기장은 똑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잔디들을 잘 지켜내고 있잖아!!
(전주는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는데 성남은 여전히......)
이것은 성의와 예의의 문제다.
K리그를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팬들 앞에서 부끄러운 줄을 알아야지!!!
백날 K리그에 관심을 갖자고 홍보하면 뭘해?
이런 기본적인 것도 갖추지 못했으면서 그런 말할 자격이 있을까?
뭔가 화려하고 대단한 이벤트를 하고 홍보마케팅을 통해서 관객을 불러 모은다는 생각하기 전에
잔디부터 신경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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