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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K/축구잇수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10. 15.



지난 화요일 한일전은 포스트 박지성에 대한 실마리를 풀 수 있을 거라는
나의 기대와는 달리 실타래가 더욱 엉켜가는 느낌이었다.
90분 내내 서포터즈석에서 서서 응원했던 나에게
태어나 처음 스트레스성 위통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해준 답답한 경기였다.

하지만,
붉은 악마의 응원만은 해트트릭을 기록했다고 말하고 싶다.
태극기를 올리는 퍼포먼스 뿐만 아니라 세 가지를 더 준비해 왔더랬다.




첫 번째는 이순신 장군과 안중근 의사가 그려진 통천.
일본선수단이 소개되던 순간, 서포터즈석에서 뭔지도 모르면서
그냥 신나게 이 통천을 올렸는데
집에 와서 사진을 보니 안중근 의사였다.
순간 가슴이 뭉클.




두 번째는 2022년 월드컵 유치를 기원하는 통천이었다.
12월 2일에 2018년과 2022년 월드컵 개최지를 발표한다는데
라이벌인 미국을 제치고 다시 한 번 꿈이 이루어 진다면
그 때는 남편과 아이의 손을 잡고 경기장을 찾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를 없다" 는 걸개.
독도를 노리고, 과거사를 묻으려고만 하는 일본에게 던지는 메세지이기도 하지만,
국사를 선택과목으로 만들고, 한글공정에 우왕좌왕하는 우리가 우리를 일깨우는 메세지기도 하다.



'축구' 라는 스포츠에 '내셔널리즘, 민족주의' 를 결부시키는 것에 대해서 말이 많다.
특히나 한일전에는 순수하게 스포츠를 즐기는 것보다 지독한 민족주의가 배어 들어있다.
하지만 우리와 일본의 과거, 아직도 정리되지 않은 역사를 돌이켜 본다면 결코 과하지 않은 것이라 하겠다.
스포츠를 통해서라도 잊혀져 가는 과오를 일깨우고 바로 잡으려는 의지이며,
승리를 통해서라도 아픈 과거사를 위로받으려는 상처받은 민족의 자존심이다.

하지만 경기가 끝나고 일본 서포터즈에게 한일전의 의미를 묻는 인터뷰 중,
일본 서포터즈는 "승리" 를 말하면서도 "friedly" 라고 이어 말하며,
푸른 유니폼 안에 입은 "붉은" 유니폼을 보여주었다.

좀 놀랍기도 했고, 살짝 감동하기도 했으며, 순간 민망하기도 했고, 이내 서글퍼졌다.
일본은 우리와 다른 관점에서, 비장함이 아닌 스포츠로서 즐기고 있는 것에 좀 놀랐다.
그리고 우리에게 그런 우호감을 가지고 있는 것에 살짝 감동하기도 했다.
또한 우리만 과거의 날을 세우고 덤비는 것 같아서 순간 민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였기 때문에 잊고 지낼 수 있는 것이기에 이내 서글퍼졌다.

축구에서, 한일전에서 내셔널리즘이 사라지는 건 아직은 어려울 것 같다.
과거 독일이 그러했듯, 일본이 과오를 깨끗이 인정하고 바로 잡으려는 노력이 선행될 때,
우리도 붉은 유니폼 안에 푸른 유니폼을 입고, 프렌드 십을 말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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