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Celtic FC VS Hearts of Midlothian 경기,
Ki는 여전히 벤치에 앉아 있었다.
차두리 선수가 종횡무진 필드를 누빌 동안,
닐 레논 감독의 뒤에 앉아있는 그의 모습이 살짝살짝 보일 뿐이었다.
팀은 4연승을 달리고 있지만 하나도 기쁘지가 않다.
그는 거의 경기를 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아공 월드컵 이후, 나이지리아전과 이란전을 치루기 위해 입출국하는 기성용의 모습.
결장하는 횟수가 잦아지는 만큼 컨디션도 떨어지고 있고, 눈에 띄게 표정도 어두워지고 있다.
나를 한눈에 반하게 한 특유의 미소를 볼 수 없다는 건 참 안타까운 일이다. ⓒ 연합뉴스, 오에스이엔
이런 그를 두고 말이 많다. 많아도 너무 많다.
축구전문가들은 물론, 네티즌들까지 저마다 축구 전문가가 되어서 한 마디씩 한다.
기거품이라는 둥, 멘탈이 문제라는 둥, K리그용이라는 둥......
아버지가 축구협회이사에다, 어렵지 않은 환경에서 자라고,
호주로 축구유학까지 다녀온 마냥 편해보이는 선수로 보이나 보다.
"답답하면 니들이 뛰던지."라고 건방지게 끄적이고,
얼굴 하나로 여성팬들의 지지를 받으며 스타가 된 양 거만해져서
출전 좀 안시켜준다고 팀을 떠나겠다는 선수로 보이나 보다.
하지만 그 사람에 대해서 단편적으로 알면서 전부를 아는 것처럼 말하지는 말아야 한다.
지금의 부진이 그의 게으름이나 자만 때문이라면 나 역시 그를 비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지 않는가.
솔직히 나는 그의 FC서울시절을 잘 알지 못한다.
개인적인 친분이 없어서 그의 성격이나 인물됨은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가 2006년 FC서울 입단 후,
훈련이 끝난 뒤에도 홀로 남아 100개 이상의 슈팅훈련을 하고,
웨이트 트레이닝장으로 가서 몸을 만들며,
2군에서 1년 이상 땀을 쏟았던 것만은 사실이다.
그 재능과 노력을 인정받은 그는 1군으로 올라섰고,
2007년에는 22경기에 출전했고,
2008년 27경기에 출전, 4골 2도움을 기록하며 팀을 준우승까지 이끌었다.
그랬던 그였기에 월드컵 전, 어느 인터뷰에서 말했다.
비록 셀틱에서 게임을 뛰고 있지 못하지만
FC서울의 2군 시절도 이겨냈기 때문에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기다리고 노력하면 기회는 올거라고.
그리고 그는 기다리고 노력했다.
결국 월드컵 첫골과 16강을 결정짓는 골이 그의 발끝에서 비롯될 수 있었다.
[웹툰] 월드컵 전부터 계속되어 온 기성용 결장에 대한 우려
월드컵이 끝난 후, 닐 레논 감독은 부모님까지 설득하고,
각종 언론 플레이를 해대며 그를 팀에 남겨놓았다.
하지만 결과는 계속 기다리라는 거다.
무자비한 언론에 대고 이적이니 뭐니 하는 떡밥을 던져서 파문을 일으킨 것은 경솔했지만,
그만큼 그의 답답함은 이해하고 남음이 있으리라.
언젠가 인터뷰에서 어떤 선수가 되고 싶냐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굴곡없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그는 최고의 선수도, 사랑받는 선수도 아닌 굴곡없는 선수라는 답을 내놓았다.
어린 나이에 얼마나 마음 고생이 심했는지 알 수 있는 말이다.
22살, 아직 어린 선수다.
칭찬 하나에 춤추는 고래가 될 수도 있고,
비난 하나에 육지로 올라와 스스로 생을 마치는 고래가 될 수도 있다.
애정어린 충고는 그에게 약이 될 수 있겠지만, 악의적인 비난은 독이 될 것이다.
격려는 하지 못하더라도 비난은 하지말자.
그도 충분히 알고 있고, 누구보다 통감할 것이다.
그가 흘린 땀에 대해 모른다면 함부로 얘기하지는 말자.
그리고 좀 더 아량이 있다면, 좀 더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보자.
공부 잘하는 아들을 더 큰 재목이 되라고 외국에 유학보냈더니 왕따당하고 있는 격이다.
제대로 된 부모라면 부족한 점은 따끔하게 야단을 쳐야겠지만, 그 이상의 사랑도 줘야 할 것이다.
그리고 Ki에게 당부하고 싶다.
힘내라고, 너는 할 수 있다고, 너를 믿는다고 하지는 않겠다.
다만 어릴적 수업이 끝나면 오후나절 내내 축구만 했다던 초등학교 시절,
축구가 너무 하고 싶은데 영어공부를 더 많이 시켜서 돌아오고만 싶었다던 호주유학시절,
FC서울 2군에 1년이나 머물면서도 가장 늦게까지 개인연습을 하던,
그렇게 순수하게 축구를 즐기던 그 마음으로 다시 돌아가자.
축구가 너무 힘들지만 주변사람들 때문에, 팬들 때문에 억지로 하는 거라면,
여기서 멈춰도 그만이라고 말하고 싶다.
어차피 그것은 한계가 올테니까.
힘낼 필요 없어.
그냥 즐겨.
바람이 드셀수록 왜 연은 높이 나는지 보여준다며!
자,
끊임없이 바람이 불어대는 지금,
제대로 날아올라야 하지 않겠니!
언덕 아래 여기 서서,
두 눈 똑바로 뜨고
끝까지 지켜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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